도서 '한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를 읽고나서
한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송호근 저, 2003
송호근 교수님을 처음 뵌 건 대학교 교양 수업 때였습니다.
한창, 현대사와 종교에 관심을 갖던 그 시절. 공대생 친구들과는 다분히 관심사가 달랐지요.
강의 제목이 현대사회, 이데올로기 뭐 이런 내용들이 들어가는 것이었는데...
당시 이런저런 강의를 들으면서 사회학적으로도 이런 깊이 있는 고민과 통찰이 가능하구나 싶었습니다.
특히 제가 인상에 남는 것은 수업시간 내내 뛰어난 통찰력과 날카로운 질문을 보여준
나보다 2살 정도 어린 후배였습니다.
송교수님은 정작 그때는 몰랐지만 졸업 후에 보니 메이저 신문사에 칼럼도 싣고 하는 나름 명망있는 사회학자였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 아래와 같은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송호근 교수 "한국 현실, 구한말 패망 직전과 흡사"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6623851
반가운 이름과 더불어 매우 자극적인 제목에 클릭을 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인터뷰를 읽다보니 교수님이 예전에 주장한 것과 같은 '회색론자'의 입장에서
중립적인 관점에서 진행이 되었는데 일견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아무리 옳은 주장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만인게 세상이고 삶이겠지요.
내가 옳다고 믿는 것과 별도로 사회 현상은 또 다르게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요?
나름 객관적으로 사회를 살펴볼 수 있는, 정치적으로 평향되지 않았다고 보여지는
송호근 교수의 생각과 관점이 궁금해져 저서를 검색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 흥미있는 점은 바로 노무현 대통령 취임 및 집권 시절에 작성된 책들이었습니다.
과연 그 시절 노무현 대통령 및 참여정부에 대한 송호근 교수의 평가는 어떤 것이었나.
첫번째로 이 책을 들었습니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은 결국 세대 간의 문화/생각 차이와 충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송호근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을 젊은 세대의 승리라고 평가하였죠.
그는 특히 한국이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면서 세대 간의 충돌이 생길 수 밖에 없음을 이야기합니다.
인상 깊었던 점 중에 하나로 '짧은 기간의 고도성장이 만들어 낸 한국인 기질 10가지' 였습니다.
- 평등주의
- 의사(Psuedo) 사회주의
- 낙관주의
- 권위주의
- 이기적자조주의
- 가족주의
- 독단주의
- 연고주의/이기주의
- 엘리트주의
- 국가중심주의
이것이 바로 전통 세대들이 갖고 있던 기질이라고 하면 위의 기질은 IMF를 지나면서 일부 항목들이 급격히 약화됩니다.
기성세대들은 대한민국을 부유하고 만들었고 신세대들은 그 부유함의 열매를 먹고 자랐지만
신세대들은 기성세대들이 만들어놓은 사회질서, 특권과 반칙, 권위주의, 학벌, 지연 등에 대해 혐오감을 느낍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송호근 교수의 생각은 신세대들이 그것을 가지고 기성세대들을 비판하더라도
결국 기성세대들은 반박할 수 없다고 말하는 점입니다.
그것 또한 옳은 방향이고 시대의 흐름 및 변화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책에서는 이런 세대 갈등은 단순히 차별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면모에서 공통점이 있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고
또한 이는 멈춘 적 없던 대한민국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책을 끝냅니다.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젊은 세대들의 이러한 '반란'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추후 오랫동안 유지 될 것이라고....
하지만 먼 훗날 뒤돌아봤을 때 아쉽게도 바로 위의 구절은 틀린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는 참여정부가 겪어야했던 언론과의 전쟁, 기득권과의 충돌 등을 모두 예측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념보다는 세대적인 관점에서 참여정부 및 사회 갈등을 설명한 책.
10년 전의 이야기라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적어도 송호근 교수가 어떤 스탠스를 취했던 사람인지는
확인할 수 있었고 추후 책을 읽는데 참고 하기로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