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otion2013. 10. 19. 10:00
손석희 - 지각인생

나는 지각인생을 살고 있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내가 지각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도 남보다 늦었고 사회진출도 남들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정도 늦은 편이다,
능력이 부족했거나 다른 여건이 여의치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이렇게 늦다 보니 내게는 조바심보다 차라리 여유가 생긴 편인데,
그래서인지 시기에 맞지 않거나 형편에 맞지 않는 일을 가끔 벌이기도 한다.

내가 벌인 일 중 가장 뒤늦고도 내 사정에 어울리지 않았던 일은, 
나이 마흔을 훨씬 넘겨 남의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겠다고 결정한 일일 것이다,
1997년 봄 서울을 떠나 미국으로 가면서,나는 정식으로 학교를 다니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남들처럼 어느 재단으로부터 연수비를 받고 가는 것도 아니었고,직장생활 십수년하면서 마련해 두었던 알량한 집 한채 전세 주고, 
그 돈으로 떠나는 막무가내식 자비 연수였다,
그 와중에 공부는 무슨 공부 학교에 적은 걸어놓되,
그저 몸 성히 잘 빈둥거리다가 오는 것이 내 목표였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졸지에 현지에서 토플 공부를 하고, 나이 마흔 셋에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된 까닭은, 
뒤늦게 한 국제 민간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얻어낸 탓이 컸지만, 
기왕에 늦은 인생, 지금에라도 한번 저질러 보자는 심보도 작용한 셈이었다,
미네소타 대학의 퀴퀴하고 어두컴컴한 연구실 구석에 쳐박혀, 
낮에는 식은 도시락 까먹고 저녁에는 근처에서 사온 햄버거를 꾸역거리며 먹을 때마다나는 서울에 있는 내 연배들을 생각하면서 다 늦게 무엇하는 짓인가 후회도 했다.

20대의 팔팔한 미국 아이들과 경쟁하기에는 나는 너무 연로해 있었고 그 덕에 주말도 없이 매일 새벽 한두시까지 그 연구실에서 버틴 끝에 졸업이란 것을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무모했다,하지만 그때 내린 결정이 내게 남겨준 것은 있다.

그 잘난 석사 학위? 
그것은 종이 한장으로 남았을 뿐 그보다 더 큰 것은 따로 있다,
첫 학기 첫 시험때 시간이 모자라 답안을 완성하지 못한 뒤 연구실 구석으로 돌아와 억울함에 겨워 찔끔 흘렸던 눈물이 그것이다,
중학생이나 흘릴 법한 눈물을 나이 마흔 셋에 흘렸던 것은 내가 비록 뒤늦게 선택한 길이었지만 그만큼 절실하게 매달려 있었다는 방증이었기에 내게는 소중하게 남아있는 기억이다.

혹, 앞으로도 여전히 지각인생을 살더라도 그런 절실함이 있는 한 후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각인생도 자기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때론 멋진 인생이 될 수 있다,      

- <손석희, 지각인생> -
Posted by 태지건
Emotion2013. 10. 16. 23:11

대도식당!

이름은 뭔가 컨츄리틱하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등심 전문 대도식당 입니다.

여러군데에 체인점이 있지요. 저는 거주지가 아무래도 수원이었다보니 수원점만 가보게 되었습니다.

분당에도 있지만 평이 별로 좋지가 않더군요. (분당 먹자골목에서 몇번 당했더니 신뢰도가 확 떨어진....)


오늘 왕십리 근처에서 일이 있어서 그쪽에 갔다가 동료들과 같이 우연히 대도식당을 가게 되었습니다.

왕십리 본점을 항상 가보고 싶었는데 이런 기회에 가보게 되다니!!!


많은 기대가 됩니다!!! 두근두근!


들어가기 전에 이렇게 사진도 찍었습니다. 마치 일본에서 온 관광객 같은 느낌이군요.

(그러고보니 군산에 방문해서 장미칼국수 집 앞에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도 문득 떠오릅니다.)

 

 

 

 

들어가고 나서는 고기를 굽느라 정신이 없어서 사진을 못 찍었습니다.

그런데 결론은..................................

대 실망이었습니다. ㅠㅠ


고기를 굽는 테크닉이 부족해는지는 아니면 화력 조절이 실패한건지는 모르겠지만

고기가 죄다 너무 질기거나, 덜 익혀지거나 아주 개판이었습니다.


하아...... 나름 대도식당 매니아였는데 오늘 따라 왜 이랬을까요....


마지막에 깍두기볶음밥을 먹는데 이것도 정말정말 별로였습니다.

(저는 수원에서 맨날 된장국밥을 먹었습니다. 정말 너무너무 맛있습니다. 최고!!!)


깍두기 볶음밥이 맛있다는 사람들도 많아서 한번 시도해본건데 ....

도대체 왜 먹는거지.... 왜? 왜? 이럴거야? 응?


너무 아쉬워서 깍두기 볶음밥을 먹고 나서 된장국밥을 다시 먹으려고 했더니 세상에

하나 밖에 못 먹는다고 합니다. ...............................


나머지 하나를 못 먹게 해서 다음에 오게 하려는 아쉬움 전략이라는 말도 안되는 종업원의 설명을 들으며

반박하고자 하는 의지마저 사라졌습니다.

(그냥 그릇 두개 씻기가 싫다고 말해 이 사람아.)


아무튼 본점에는 크게 실망했고 그냥 원래 가던 수원 대도식당을 가기로 했습니다.


끝~!

Posted by 태지건
Let's Say2013. 10. 10. 18:35
그 한가운데에 노무현변호사와의 만남이 있었다.
그는 나보다 더 어렵고 대학도 갈 수 없었다.
어려운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나보다 훨씬 뜨거웠고, 
돕는 것도 훨씬 치열했다.
그를 만나지 않았으면 적당히 안락하게, 
그리고 적당히 도우면서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의 치열함이 늘 나를 각성시켰다.
그의 서거조차 그러했다.
나를 다시 그의 길로 끌어냈다.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나야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문재인의 운명’ -



요즘만큼 저 문구가 가슴에 와닿을 때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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